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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신랑/리뷰

광해, 왕이 된 남자(Masquerade, 2012)

개봉 : 2012년, 한국, 131분  /  감독 : 추창민  /  출연 :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솔직히 이병헌은 제가 그리 좋아하는 배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배우도 아니죠, 그럭저럭 유명한 한국 배우 중에 한명이지요.

아마도 그다지 끌리지 않아서 이병헌이 나오는 영화를 챙겨보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좋아해질 겨를도 없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왜 굳이 이병헌이 그럭저럭함을 얘기 꺼냈냐하면 바로 "그러다보니"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저는 이 영화에서 "그러다보니" 때문에 우리 자신의 모습을 잃고 사는 우리네들을 발견했습니다.

영화 중의 광해(이병헌)는 왕좌를 위협하는 무리들로부터 독살이나 암살의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영화 시작부터 음식에 닿은 은수저의 색깔이 변하면서 난리가 나죠.

정치도 순탄치 않습니다. 관료들이 자신들의 사리사욕 때문에 백성을 등한시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왕을 벼랑끝으로 몰기위해 중전의 가족을 해치는 중상모략을 일삼는 등 무엇하나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이 가시 밭 길을 걷고 있죠.

저는 여기서 생각했습니다. 이게 우리 인생과 같진 않을까..

무엇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으며 문제들만 쌓여가고, "행복"이란 것은 멀게만 느껴지는 삶..분명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한번쯤 이러한 생각을 하며 삶에 좌절하게 될 때가 있죠. 그리고 우리는 그런 때에 현실을 도피하려 하죠.

그래서 광해도 왕의 자리를 비우고 현실을 도피하기도 하는데 그 비어진 왕의 자리를 세울 대역으로 왕과 꼭 닮은 기생집의 광대 하선(이병헌)을 허균(류승룡)이 데려오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광해는 나쁜 무리들의 계략으로 양귀비에 취하게 되어 의식을 잃게 되고 하선이 보름정도 그 대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궁궐안 정세는 아무것도 모르는 하선이 순수하고 사람에 대한 정으로 정말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마음이 무엇인지,

백성을 사랑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분명 대의나 정세에는 맞지않지만 사람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순수함으로 나라의 근본인 백성을 위한 마음을 보여주고 충신 허균마저도 흔들리게 하죠.

저는 이러한 하선의 모습이 잃어버린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처를 받은 사람과는 슬픔을 나누고, 사랑하는 사람과는 행복을 나누고, 이익과 손해를 따지기 보다 신뢰와 공감으로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순수한 모습들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그런 모습들을 잃게 된 것 세상을 겪으면서 "그러다보니"라는 핑계를 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무엇이 소중한지 알고 자신이 원하던 길이 있었지만

"세상을 살다보니", "사람에게 당해보니", "나쁜놈들 하는짓을 보니", "내가 힘들다 보니", "바쁘다 보니",  그 사람이 날 화나게 하다보니", "자꾸 돈에 쫒기다 보니" 

핑계를 대면서 조금씩 그런 것들을 잃게되는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선은 그런 모습을 잃지 않고 당당히 맞섰고 중전(한효주)를 비롯하여 허균, 내관, 도부장...그리고 결국 광해까지 무엇이 소중하고 옳은지, 자신의 길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죠.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이 떠나가는 하선이 안타깝긴 했지만 분명 자기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이나 후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하나 쉽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없죠. 하지만 그러한 세상에게 핑계를 대는 것은 잠시 접어두고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신의 소중한 꿈과 희망을 다시 찾게될 때까지 이 언리밋이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